한일관계 전환점 맞나-박대통령 선별대응 기조 속 관계개선 급물살 가능성

입력 2015-06-22 16:56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이 한·일 관계가 거대한 전환점을 맞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취임 초기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박 대통령 역시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양국이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협상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여러 단계에서 정상화돼온 한·일 교류협력 기조 속에 이제 남은 것은 정상회담 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박 대통령, 대일(對日) 강공 위주에서 선별대응으로=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인 지난해부터다. 이명박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일왕 사과요구 등으로 한껏 악화됐던 양국 관계는 박 대통령 취임 첫해에도 계속됐다. 특히 2013년 상반기 일본 유력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사 왜곡 발언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과거사 문제,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강경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듬해 3·1절 기념사에선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향해 더욱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당시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동북아 전략의 핵심파트너인 한·일 간 갈등을 우려하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양국 간 건설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도 서서히 유턴하게 된다. 동북아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과거사 문제와 안보 및 경제협력은 별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정부에도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관련 언급 역시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한·일 관계는 미래세대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한층 유연해졌다. 특히 지난해 4월 시작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당국의 국장급 협의가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이루면서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 성사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올해 관계 진전을 이루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를 잡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양국 정상의 공통된 인식도 주요한 배경 중 하나다.

◇정상회담 수순밟기, 한·일관계 안정화가 목표=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수교행사 교차 참석,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남은 수순은 정상회담이다. 이 경우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대외정책 목표 중 하나로 삼았던 ‘한·일관계의 안정화’가 실현되는 셈이다.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에서 해결점을 찾고,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반성 또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입장 표명을 할 경우 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에선 이를 전제로 한 9월 또는 10월 한·일정상회담 개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흥수 주일대사 역시 최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며 “어느 정도 정상 간에 대한 양해가 있는 가운데 개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올 하반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정상회의 기간이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계기가 유력하다. 또 한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 이뤄지는 단독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