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장관, 아베 총리 면담

입력 2015-06-22 16:42
사진=연합뉴스제공 윤병세 외교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꺼낸 메시지는 ‘이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눈을 돌리자’는 것이었다.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지 50년이 지났으니, 앞으로의 50년은 ‘가깝지만 소원한 이웃’이 아니라 ‘안보동맹에 걸맞는 형제국가’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윤 장관 역시 과거보다는 미래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통해 한·일 간 현안을 잘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과 함께 올해가 새로운 양국 관계로 전진하는 원년(元年)이 되길 기원하다는 뜻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한·일 수교를 위한 기본조약 체결’ 5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여러 문제와 과제가 있을수록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화답했다.

윤 장관의 아베 총리 면담은 오전 11시15분쯤 시작돼 예정시간(15분)을 넘겨 25분 가량 진행됐다. 한·일 취재진 50여명이 일본총리 관저에서 이를 지켜봤다.

총리 관저 측은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순서에서 아베 총리와 윤 장관의 말을 모두 취재토록 배려하는 통상적인 의례와 달리 아베 총리 발언이 끝나자 취재진을 면담장에서 퇴장시켰다. 윤 장관이 취재진 앞에서 일본 측이 민감해하는 과거사 문제나 집단자위권, 평화헌법 개정 문제 등을 꺼내는 ‘돌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아베 총리는 취재진이 있는 자리에서 미소를 지은 윤 장관과 달리, 진지하고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면담에 앞서 윤 장관은 아베 총리 선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사진을 선물했다. 아베 총리는 이 선물을 받자 ‘아…’라는 감탄사를 터뜨린 뒤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이 끝난 뒤 면담장소를 나오다 만난 기자들에게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을 확대하는 데 (대화의)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는지 여부를 묻자 “일반적으로 이야기했다”고만 답했다. 이어 “양국간 잔여 현안과 도전이 있는데 세계유산 등재 문제 처리 과정에서 보여줬듯 신뢰와 타협의 정신 아래 이런 문제에 접근하면 앞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는 “신뢰가 쌓이고 여건이 익으면 정상회담 시기도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장관은 도쿄 시내의 한 호텔로 자리를 옮겨 일본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 정부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관해) 양국 간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양국 외교당국 관계자들이 관련 협의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와 윤 장관의 면담에는 우리 측에서 유흥수 주일대사,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일본 측에서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副)장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가네하라 노부가쓰(兼原信克) 내각관방 부(副)장관보 등이 각각 배석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