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미국)가 22일(한국시간)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데는 그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의 힘이 컸다.
그렐러는 2012년 스피스의 전문 캐디가 되기 전까지 워싱턴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 지역의 학교 수학 교사였다. 그는 당시 여름 방학이면 US오픈 개최지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 골프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했다. 미국에서는 방학 때 교사에게 월급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렐러는 이곳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체임버스베이 골프장은 건립된 지 8년 밖에 되지 않은 신설 골프장으로 대부분 선수에게 낯선 코스였다. 게다가 미국선수들에게 생소한 페스큐 잔디를 식재해 유럽투어에 뛰는 선수들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이같은 난관을 뚫고 22세로 경험이 일천한 스피스가 메이저 대회 2연승을 달성한 데는 이곳 코스를 꿰뚫고 있는 그렐러의 도움이 컸다.
스피스도 경기가 끝난 뒤 “나는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해냈다”면서 “그는 누구보다 이 코스에 대해 잘 안 덕분이었다”고 공을 캐디에게 돌렸다.
그렐러는 이번 대회에서 스피스의 골프백을 메고 코스를 누비면서 익숙한 얼굴들도 많이 발견했다고 ‘더 뉴스 트리뷴’이 전했다.
자신에게 수학을 배우던 학생, 전 학교 교장선생님, 자신의 부인인 엘리를 소개해준 지인들이 곳곳에서 대회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렐러는 스피스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함께 일궜다. 이들은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도 우승을 합작했다. 스피스는 그렐러를 ‘나의 오른팔’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트레일러 속에 앉아서 더스틴 존슨(미국)이 18번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는 장면을 지켜봤다. 스피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지만 이후 10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그렐러는 “우리는 그냥 그곳에 앉아있었다. 긴 침묵을 깨고 스피스가 ‘당신에게 주는 것’이라며 무언가를 줬다"고 말했다.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넣은 ‘우승 골프공’이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스피스의 우승, 캐디 공이 절대적이었다
입력 2015-06-22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