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령 인천역 라일락 죽어

입력 2015-06-22 16:48 수정 2015-06-22 17:59
인천녹색연합은 우리나라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인천역 라일락(일명 서양수수꽃다리)이 고사했다고 22일 밝혔다.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인천역사(驛舍) 북쪽(인천역 관광안내소 뒤) 서울방향 플랫폼 초입에 있는 라일락 고사목은 담벼락에 기대어 쓰러지기 직전이며 잘린 줄기는 땅에 나뒹굴고 있다.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 라일락이 죽은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2011년 인천역 자료사진과 2013년까지 꽃이 피었다는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2013년까지는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천역 라일락은 개항이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와 1899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출발지인 인천역사에 심은 것으로 역사적, 문화적, 조경학적으로 가치가 큰 노거목이다. 이 라일락의 정확한 식재 시기와 수령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학계에선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조림학계 ‘거목’으로 불리는 故 임경빈 박사(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산림지(2001년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 라일락에 대해 “뿌리목에 가까운 줄기의 직경은 약 35㎝, 지표면에서 약 70㎝ 떨어진 줄기에 큰 곁가지가 끊어져 나간 큰 상처가 보인다. 지표면에서 170㎝쯤 되는 줄기의 직경은 2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수수꽃다리치고는 가장 오래되고 굵은 것”이라고 밝혔다.

민속식물연구소장 송홍선 박사는 “비록 도입종이지만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이 무관심 속에 관리소홀로 고사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고사목이지만 인천과 인천역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고사목을 현지에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종이라도 보호가치가 있는 고목과 거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사발굴을 통해 보호수 지정 등 보존보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