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역사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의 한글 번역이 완료된 게 1993년 말이다. 한글 번역을 계기로 누구나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실록 내용을 기초로 한 다양한 창작물들이 등장했고 조선사는 대중적인 컨텐츠가 됐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실록 대중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2003년 7월 1권이 나온 뒤 만 10년에 걸쳐 총 20권으로 완간된 이 만화 시리즈는 실록에 대한 가장 쉽고 친근한 입문서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까지 300만부 가량 팔려나갔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개정판이 나왔다. 완간 시점으로 치면 2년 만이지만, 1권 발간 이후로 계산하면 12년 만이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22일 “완간 직후 ‘개정판 발간팀’을 구성, 작가와 함께 2년을 매달려 총 202건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일단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확 바꿨다. 책값은 올리지 않다. 새로 밝혀진 사실이나 그간 제기된 독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그림이나 텍스트의 오류를 바로잡았고, 작가 스스로 미진하게 여겼던 부분들도 손질했다. 본문에 실린 한시와 시조도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감수를 통해 일부 오역을 수정했다.
그간 폐비 윤씨의 출생년도가 미상이거나 성종보다 12세 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6년 발굴된 관련 기록에 윤씨가 1455년 윤 6월 1일에 태어난 것으로 기록된 점을 반영한 것이 그 실례다. 이에 따라 6권 66쪽 ‘스물일곱의 원숙한 여인’은 ‘열아홉의 성숙한 여인’으로 수정됐다.
중종과 경종처럼 캐릭터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박시백 화백은 “중종의 경우, 양 눈 사이에 검은 사마귀가 있었다는 기록이 ‘선조실록’에 있어서 양미간에 검은 점을 새로 추가했다. 또 경종은 병약했다는 기록만 보고 딱 봐도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렸는데, ‘경종실록’에 ‘체부의 외형은 왕성하다’는 한 구절이 있어서 이미지를 다소 수정했다”고 말했다.
개정판과 동시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연표’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인물 사전’도 출간됐다. ‘…연표’는 박 화백이 10여년간 실록 공부를 하면서 수십 권의 노트에 필사했던 내용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조선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인물 사전’은 등장인물 700여명을 모아서 정리한 책으로 언제든 궁금한 인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는 전자책과 앱북을 출시했으며, 오디오북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년 후 영문판 출간을 목표로 영어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조선왕조실록 한글 번역 개정판 출간
입력 2015-06-22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