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잠룡들 남부연합기 '뜨거운 감자'

입력 2015-06-22 15:53
남부연합기(붉은선 안). 연합뉴스 제공

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2016년 미국 대선전에 새로운 논쟁거리를 추가했다. 그것은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남부연합기는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 제도를 지지한 남부연합 정부가 사용한 깃발이다. 이 깃발은 남부의 백인들에게 문화적 정체성, 지역의 자존심을 대변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 운동가들에게는 인종차별주의, 백인 우월주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붉은 바탕에 푸른 X자 마크, 별 13개가 새겨진 남부기는 현재 컬럼비아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앞마당에 공식적으로 게양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흑인 감리교회에서 벌어진 참극의 피의자 딜런 루프(21)는 인종차별 신념을 강조하며 깃발을 웹사이트에 올려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특히 공화당 대선잠룡들에게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회의 남부연합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남부에서 공화당의 첫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곳이다. 공화당 후보가 퇴출에 찬성하면 보수적인 백인유권자들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 반대할 경우 전국적으로 인종차별주의에 찬성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공화당 소속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남부연합기의 퇴출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에서는 깃발을 주의회 마당에서 떼어 원래 있던 박물관으로 보냈다”고 자신의 2001년 결정을 소개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주민들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도 깃발 퇴출에 대한 찬성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른 공화당 후보인 테드 크루스(텍사스) 상원의원은 논쟁이 확산하더라도 결국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크루스 의원은 “외부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깃발에서 인종차별과 노예제가 아닌 조상의 희생과 남부 주의 전통을 기억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00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남부연합 깃발이 인종주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가 백인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해 다시 이를 번복했었던 예를 들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남부연합기가 곤혹스러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