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폐쇄하는데도 ‘메르스’ 금기어” 평택성모병원 원장 인터뷰

입력 2015-06-22 14:13 수정 2015-06-22 20:31
“가능한 빨리 환자를 전원해야 했다. 문제는 ‘메르스’가 금기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이 입을 열었다. 의료전문 온라인 매체인 메디칼타임즈가 22일 보도한 인터뷰다. 이 원장은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낱낱이 공개했다.

평택성모병원은 국내 최초 감염 환자인 1번 환자(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병원이다. 이후 1번 환자는 지난달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원장에 따르면 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날 평택성모병원에 파견된 1차 역학조사팀은 3명이었다. 그들은 1번 환자와 밀접접촉한 의사, 간호사 등 10명을 격리조치하고 돌아갔다.

이 원장은 병원을 이대로 운영해도 될지 방영당국에 물었지만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그때 정부가 3차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면 지금의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역학조사단이 다시 평택성모병원을 찾은 건 1번 환자에게 감염돼 ‘슈퍼전파자’가 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후였다. 역학조사단은 1차 때와는 달리 격리대상을 50여명으로 확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 원장은 방역 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호트 격리가 규정에 없다며 환자를 전원 조치하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 원장은 “가능한 빨리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지만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며 “환자에게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대한 고지도 없이 퇴원시켜야 하는,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언론을 통해 메르스 소식이 들려왔지만 정작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보수공사’를 핑계를 대야 했던 것이다.

결국 평택성모병원은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지난달 29일 임시 휴원을 선언했다. 이 원장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상황을 후회하면서도 “정부 지침에 따라 메르스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대처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결격사유가 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2일 오전 6시 메르스 확진자가 전날보다 3명 늘어난 172명이라고 밝혔다. 퇴원자는 50명(29.1%)으로 7명 늘었고, 사망자는 27명(15.7%)으로 2명 증가했다. 치료 중인 환자는 94명(55.2%)로 6명 줄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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