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이 산하연맹회장에게 충성을 요구하면서 맥주잔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는 “라면 왕상무와 땅콩 회항 사건의 계보를 잇는 갑질”이라며 비난이 빗발쳤다. 남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유명 숙취해소 드링크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남 회장은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군의 한 공장 연회장에서 대한유도회 산하 중고교연맹회장 A씨에게 맥주잔을 던졌다. 같은 날 철원에서 열린 2015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유도계 관계자 및 철원지역 인사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품업체 공장 연회장으로 불러 만찬을 나눈 자리였다.
남 회장은 건배 제의에 나선 A씨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 A씨는 대한유도회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남 회장과는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파벌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개정한 정관을 놓고 대립한 인사다. A씨는 대한체육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정관 도입을 주장했지만 남 회장은 정관 통과를 거부했다. 정관 문제는 만찬에서 다시 거론됐다.
남 회장은 ‘무릎을 꿇으라’며 충성 맹세를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남 회장은 A씨에게 맥주잔을 던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이 찢어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A씨는 20일 춘천경찰서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남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남 회장은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회장의 ‘갑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출입증이 없는 지인 3명의 유도 경기장 입장을 시도하다 제지를 당하자 “유도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내가 왕이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려 구설수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는 남 회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2013년 4월 ‘라면 왕상무’ 사건, 같은 해 5월 유제품업체의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 지난해 11월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 같은 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 등 연이은 갑질 논란과 비교하는 의견이 많았다. 남 회장이 운영하는 식품업체의 유명 숙취해소 드링크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왔다.
네티즌들은 “라면왕과 땅콩왕의 계보를 잇는 숙취왕이다” “한국 유도의 부진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갑질하고 싶으면 ‘대한조폭회’를 따로 창설하라” “때가 어느 때인데 충성 맹세를 요구하느냐” “하루 종일 갑질에 시달리고 술을 마셨는데 ‘갑질 회장’의 얼굴이 박힌 숙취해소 드링크를 마실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라면왕→땅콩왕→숙취왕… 또 갑질 논란 “충성맹세 안해? 퍽!”
입력 2015-06-21 18:38 수정 2015-06-21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