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독하게 살아남은’ 여배우들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입력 2015-06-21 16:40 수정 2015-06-21 17:15
영화 스틸DB

“여배우에겐 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칸의 여왕’ 전도연의 말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이자 전 세계가 인정한 전도연조차 선택할 시나리오가 없다고 합니다. 그 동안 최민식, 하정우, 김윤석, 이정재 등 남자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활약하는 영화들이 넘쳐났던 탓입니다. 전도연의 말처럼 여자배우들이 할 만한 시나리오, 남자배우들의 서포터가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 ‘여주인공’의 포스를 제대로 드러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여배우들의 한숨이 2015년 들어 슬슬 걷혀지는 분위기입니다. 여배우 주도의 다양한 영화가 풍년입니다. 영화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와 김고은, 영화 ‘무뢰한’의 전도연, 영화 ‘마돈나’의 서영희, 영화 ‘경성학교’의 엄지원 박보영 박소담 등 입니다. 장르도 스릴러, 하드보일드멜로, 미스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출중한 연기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반기 개봉할 영화들에서도 여배우들이 활약하는 영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엄정화의 코믹영화 ‘미쓰 와이프’,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 손예진은 스릴러물 ‘행복이 가득한 집’, 문근영은 사극 ‘사도’로 돌아옵니다. 수지는 영화 ‘도리화가’에서 판소리 명창으로 출연해 색다른 면모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배우들이 그렇게 원했던 다양한 장르에서 주도적으로 연기력을 뽐낼 판이 열려진 것인데요. 이것이 좋기만 할까요. 주연배우로 나섰다는 것은 극을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의 흥행도 함께 책임져야한다는 숙제도 동반합니다. 흥행 면에서 여배우들의 흥행파워는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전도연이 나선 ‘무뢰한’은 누적관객수 40만 명을 넘어서는데 그쳤습니다. 그에 앞서서 김혜수 김고은의 ‘차이나타운’은 147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정도였지요.

앞서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서 흥행 대박이 난 경우는 손예진의 지난해 영화 ‘해적’의 860만 정도입니다. 2012년 ‘도둑들’이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지만 이는 떼로 출연한 남자배우들이 눈호강을 시켜주었지 그 틈에서 전지현이 독보적으로 극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끄는 영화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단비 끝에 풍성한 수확을 이끌어내는 것도 분명 여배우들이 책임져야할 또 다른 몫인 듯합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