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악당’ 과한 통쾌함에 놀라지마! [감성퀸의 이성적 리뷰]

입력 2015-06-21 16:47 수정 2015-06-21 17:16
사진=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컷
희(熹·기쁨) ★★★☆☆
로(怒·화남) ★★★★☆
애(哀·슬픔) ★★☆☆☆
락(樂·신남) ★★★★★
평: 색다른 방식으로 청춘들에게 건넨 통쾌한 위로. 몇 발짝 덜 갔더라면….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은 세상을 향해 시원하게 외친다. ‘돈? 권력? 까짓 거 별거 아냐!’ 임상수 감독답다. 직접 출연까지 해서 말한다. “X새끼.” 돈을 쫓는 이들에게 화살을 날린다.

주인공 지누(류승범)는 요즘 청춘의 표상이다. 뚜렷한 목표는 없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좁아터진 고시원에서 지내는 지누는 정체불명의 조직 인턴사원으로 겨우 취직한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 꾸역꾸역 해낸다.

임무수행 중 수십억원이 든 재벌회장(김주혁)의 돈가방을 손에 넣으면서 지누는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정직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어 고민도 됐지만, 인생 뭐 있나. 일단 저지르고 본다.


돈가방에 욕심을 보인 이는 지누만이 아니었다. 렉카 운전자 나미(고준희)와 폐차 처리장에서 일하는 불법 이주민 야쿠부(샘 오취리), 그의 아내 정숙(류현경)도 가담했다. 순식간에 거액을 손에 쥔 네 사람은 지질한 생활을 청산할 꿈에 부푼다. 그러나 일이 쉽게 풀릴 리는 만무하다. 돈가방의 원래 주인들은 이들을 끈질기게 뒤쫓아 짓밟고 협박한다.

그러나 네 사람은 굴복하지 않는다. 시원한 복수가 이어진다. 얼떨떨해 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경쾌하게 말을 건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인 거 몰라?”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임 감독은 “전작 ‘하녀’ ‘돈의 맛’과 달리 ‘나의 절친 악당들’은 그렇게 메시지가 많은 영화가 아니다”라며 “어깨에 힘을 빼고 유쾌하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저 젊은이들을 위해, 그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감독 의도대로 통쾌한 109분이 완성됐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감수한 과감함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곳곳에 과한 지점들이 보인다. 폭행신 등 표현이 극단으로 갔다. 더구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설정은 비현실적이며 추상적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부패한 기득권에 한 방 먹이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지언정 긴 여운이 없는 이유다.

조연으로 출연한 양익준 김주혁 윤여정 김응수 등은 영화에 색깔을 더했다. 다만 샘 오취리의 연기는 아쉽다. 예능에서 활약하는 그가 배우로서도 인정받으려면 연기력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통통 튀는 캐릭터를 소화한 고준희도 어색함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돋보이는 이는 역시 류승범이다. 역할 자체는 나미의 조력자에 불과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자유롭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 2년 만에 돌아온 이 매력적인 배우가 반갑다. 오는 25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