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 ‘프로듀사’가 끝났다. 예능이 대세가 된 시대에 드라마로서는 오랜만에 화제를 모았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시즌2’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밤 방영된 마지막 회 시청률은 17.7%(닐슨코리아)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근래 몇 년간 지상파 방송국들이 선보인 미니시리즈 형식의 드라마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과 젊은층에서 시청률이 더 높았고 첫 회 10.1%로 출발해 6주 만에 시청률을 7% 이상을 끌어올린 것은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는 여전히 중요한 장르라는 것, 좋은 드라마는 언제든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프로듀사’는 성공적인 드라마들이 갖추어야 할 여러 요건들을 구비하고 있었다. ‘최고의 한류스타’ 김수현,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 선수 차태현·공효진 등을 캐스팅했고 ‘별에서 온 그대’ ‘내조의 여왕’ 등 히트작을 쏟아낸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썼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기존의 성공법칙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니다. 플러스알파가 있다. 스타성에 결합된 실험성이야말로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 이유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에서 제작한 최초의 드라마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예능국 소속 서수민 PD가 제작을 맡았다. 서 PD는 드라마 PD인 표민수씨와 공동으로 연출했다. 또 ‘1박2일’ ‘뮤직뱅크’ 등 실제 프로그램들을 실명 그대로 가져와 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사용한 것도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드라마를 혁신하는 방식으로써 예능을 끌어들인 이 방식은 꽤나 성공적이었고, 향후 새로운 드라마 작법으로 참조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사’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예능의 드라마화’ 또는 ‘드라마의 예능화’로 요약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전형적인 낭만성과 이야기성을 예능적 에피소드들과 구체성으로 갱신했고, 재미는 있지만 다소 허무한 예능적 작법의 한계를 사랑이나 인간이라는 드라마적인 주제로 구성해 냈다.
결국 ‘프로듀사’는 스타성과 실험성, 드라마와 예능, 낭만성과 현실성, 이런 두 이질적 요소들을 잘 배합하고 영리하게 교차시켜 나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방송국이라는 공간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 드라마나 방송국은 낭만적인 세계지만, 드라마 내부나 방송국 내부는 냉혹한 현실적인 공간이다. PD는 이 두 세계의 경계에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프로듀사’는 두 세계의 긴장과 갈등을 드러내고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컨대, PD는 시청률의 노예로 다뤄지지만 작품과 출연자, 작가들을 위해 자기를 내던지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연예인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지만 한 인간으로 서기 위해 기획사와 위험하게 갈등하기도 한다.
어쩌면 연애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실수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는 듯 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프로듀사 종영,예능은 어떻게 드라마가 됐나
입력 2015-06-21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