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제기됐다.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늦게 공개하면서 메르스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해 국민을 감염 위험에 노출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한길 문정구 변호사는 ‘부작위 위법확인 청구의 소’를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21일 밝혔다.
부작위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법률 용어다. 정부가 메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한 데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문 변호사는 다만 “소송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확인받고 국가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정부는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확진 환자 발생 후 19일간 병원 정보를 비밀로 하면서 확산을 막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 큰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또 정부가 대통령령 등으로 감염병 발생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 역시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감염병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규정했지만, 관련 시행령이 없어 국민의 알권리도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환자·격리자는 아니지만 현재 온 국민이 메르스 사태로 경기 침체·생활 제약 등 불이익을 겪는 만큼 국민으로서 원고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소송은 국가의 부작위 입증 정도에 따라 빠르게는 3∼4개월 안에 결론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문 변호사는 전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정부의 메르스 초기대응 부실 책임 묻는 소송 첫 제기
입력 2015-06-21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