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법무부 장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또다시 서열을 뒤집었다.
김진태(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보다 두 기수 낮은 김현웅(16기) 서울고검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임명한 것이다. 게다가 김현웅 내정자는 올해 56세로, 63세인 김진태 총장보다 7살이나 어리다.
김현웅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검찰 선배이면서도 나이도 많은 김진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무엇보다 상명하복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검찰 조직에서 후배가 검찰총장을 뛰어넘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청와대는 김현웅 내정자를 임명한 배경에 대해 "법무 행정과 검찰 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고 있고, 합리적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서열 파괴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새누리당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신임 총리로 임명하면서 '서열파괴 인사'를 선보였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직전 원내대표를 역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5선의 황우여 경제부총리의 '후배' 성격이었지만, '선배'들을 제치고 국정 2인자로 내각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임명도 대표적인 '기수파괴 인사'다.
당시 청와대나 검찰 안팎에서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높거나 최소한 같은 기수에서 민정수석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사법연수원 19기의 48세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어 2월17일 단행된 개각에서도 1급인 홍용표 통일비서관아 차관을 뛰어넘고 장관으로 직행했다.
지난달 21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은 '서열파괴 인사'의 정점이다.
황 총리는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경제부총리보다 내각 서열에서 뒤졌지만, 이들을 뛰어넘어 내각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황 총리는 58세로, 최경환 부총리나 황우여 부총리보다 각각 두 살, 열 살 어리다.
이 같은 서열파괴 인사는 집권 중·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자칫하면 해이해지기 쉬운 공직 사회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배 입장에서는 후배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후배 입장에서는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열파괴 인사'가 반복될 경우 조직의 안정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朴대통령의 인사 트렌드 “서열 파괴” 연공 보단 전문성 중시...조직 안정성 우려도
입력 2015-06-21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