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권력기관장에 첫 호남 출신 기용...법무장관, 기수 보단 통합 무게 인사

입력 2015-06-21 15:29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공석인 법무부 장관 후보로 호남 출신인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함으로써 무엇보다 통합·화합 쪽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1959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해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줄곧 검사 생활을 해왔다.

지난 1979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고흥·보성에서 당선된 고(故) 김수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옥중 당선됐으며, 당선 후 당시 여당인 공화당에 입당해 법사분과 위원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에 호남 출신을 발탁한 것은 방하남(전남 완도) 고용노동, 진영(전북 고창) 보건복지, 김관진(전북 전주) 국방, 이기권(전남 함평) 고용노동 등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호남 민심을 겨냥해 '인사 대탕평'을 강조했음에도 이 지역 출신 장관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특히 법무장관은 4대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을 지휘하는 자리로 대표적인 사정기관장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도 현 정부 들어 현직까지 통틀어 9명이 지명됐지만 호남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법무장관에 호남 출신 인사가 지명된 것도 전임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9월 이귀남 법무장관에 이어 6년 만이다.

영남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둔 박 대통령이 이처럼 국무위원 가운데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장관에 호남 출신을 기용한 것을 놓고 통합·화합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발신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을 보면 능력이나 전문성을 가장 중요시해왔는데 이번 인사도 그런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호남 배려나 대통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대형 법무법인에 취업하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던 검사나 판사 출신 인사가 청문회 대상이 된 뒤 전관예우, 고액연봉 논란에 휘말린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운 현직 고검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사들은 결국 대형로펌 근무 경력으로 인해 최종 결정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고검장이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 마지막 법무장관으로 기용된 김종구 전 장관 이후 18년 만이다.

이러다보니 사법연수원 16기인 김 후보자가 자신의 선배인 김진태 검찰총장(14기)을 지휘하게 되는 이른바 '기수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김 총장은 후배가 자신보다 서열상 높은 자리에 발탁될 경우 자연스레 용퇴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올해 말까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동안 "법무장관 인사는 검찰총장 거취와 관계가 없다"고 밝혀왔고, 이러한 청와대의 뜻이 이미 김 총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