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고 개혁이 낫다고 믿지 않는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화 사용 중단(그렉시트) 등 유럽연합(EU)과 ‘이혼’하는 게 낫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일자로 나오는 최신호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나의 그리스식 결혼’에 빗대어 ‘나의 그리스식 이혼’이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그리스가 오는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의 빚을 갚아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이날 그리스의 구제금융이 종료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디폴트와 그렉시트는 눈앞에 떠오른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짚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8배인 3170억 유로를 갚지 않아도 된다. 빚을 떼먹어 당장 이득일 듯 하지만 사실 부채의 금리는 2020년 초반까지 3%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만약 디폴트 선언과 그렉시트가 이뤄진다면 이론상 그리스는 예전에 썼던 자국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써야 하고 드라크마의 평가절하로 국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스는 이미 명목 임금이 16%나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디폴트의 대가는 혹독하다. 은행은 파산하고, 저축한 돈은 휴지가 되며, 국가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부패한 정치 시스템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고, 아마도 EU에도 탈퇴해 쿠데타로 점철된 그리스는 더 거칠고 부패한 정치가 이뤄지는 ‘실패한 국가’가 될 수 있다.
디폴트는 경제가 취약한 다른 남유럽 국가로 전염될 수 있고 그리스 정치인들이 뇌물을 드라크마화로든, 유로화로 받는지 EU에 실패한 국가가 있다는 것은 골칫거리가 분명하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려했다.
아직은 그리스의 잔류 혜택보다 탈퇴했을 때 대가가 더 큰 만큼 유로존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권했다.
유로존이 그리스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그리스가 배짱을 부리지만 유로화라는 통화동맹이 존속하려면 규칙은 지켜야 하고, 참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고 이 주간지는 경고했다.
사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로존도 그리스를 망친 데 책임이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 경제가 속히 회복할 것으로 낙관하는 오류를 범했고, 만연한 정실주의와 가망 없는 행정부, 우스꽝스러운 규제정책, 느린 데다 신뢰할 수 없는 사법체제, 경직된 상품 서비스 시장 등을 간과했다.
여기에다 새로 들어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는 무능한 데다 정실주의마저 겹쳐 전 정부보다 경제 상황이 더 악화했다.
비록 그리스 국민과 정부가 유로존 잔류를 원하지만, 개혁이 그리스에 유익하다는 생각마저 사라지고 있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내부 개혁에 나서기보다 여전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추가 지원을 쳐다보는 상황이다.
결국 이혼을 피하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라면 그리스와 결혼생활을 지속할 가치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이코노미스트지 “EU, 뚱보 그리스와 결혼 생활 더 지속 못해”
입력 2015-06-21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