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교회 총기난사범의 ‘선언문’ 추정 웹문서 발견

입력 2015-06-21 15:04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교회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언문 성격의 웹문서가 발견됐다. 이 문서 이외에도 범인은 흑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NBC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 17일 발생해 9명이 숨진 이 사건의 용의자 딜런 로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제목의 웹문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2400여 단어 분량인 이 웹문서는 로프의 이름으로 등록된 인터넷 주소를 통해 열람이 가능했다.

제목의 ‘로디지아' 역시 현재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일부 지역에서 소수 백인들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때 사용했던 명칭으로, 흑인 차별과 관련된 단어로 꼽힌다.

‘트레이번 마틴 사건이 나를 일깨웠다'거나 ’지머먼이 옳았다'는 등의 구절도 이 웹문서에 있었다. 자경단원으로 일하던 조지 지머먼은 2012년 2월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당시 17세였던 비무장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과 다투던 중 마틴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인물이다.

미국 언론들은 현재 경찰이 이 웹문서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아직은 이 문서가 용의자에 의해 작성됐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만약 실제로 용의자가 작성한 문서라면 증오범죄 혐의의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터넷에선 로프가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사진들도 발견됐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65)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이 깃발이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흑인 노예 밀랍 인형을 배경으로 했거나 로프가 과거 흑인 노예들이 일한 농장을 찾아 찍은 사진들도 나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