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김일성·김정일 배지 뗐다…독자행보 시작?

입력 2015-06-21 10:08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달지 않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모습이 수차례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동안 항상 왼쪽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분석한 결과 김 제1위원장은 이달 들어 현지 시찰과 기념사진 촬영 등 11차례 행사 중 6차례 김일성·김정일 배지 없이 등장했다. 배지를 달았다 떼었다 한 셈이다.

그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지난달까지 항상 배지를 달고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변화다.

지난 18일 제1차 인민군 정찰일꾼대회 기념사진 촬영과 같은 날 고사포병 사격경기 참관 행사에 등장한 김 제1위원장의 검은색 긴소매 인민복에는 배지가 없었다.

그는 반소매 흰 셔츠를 입었던 지난 13일 고사포병 군관학교 시찰, 9일 한국전쟁 사적지 완공 현장 시찰, 6일 평양생물기술연구원 시찰 때도 마찬가지로 배지를 달지 않았다.

빨간색 바탕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이 배지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의 핵심으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고위 간부는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일상적으로 달고 다닌다.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온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상징적 의미의 이 배지를 떼기 시작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실수로' 달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한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배지를 달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의도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만약 김 제1위원장이 일부러 배지를 떼기 시작했다면, 집권 4년차를 맞아 '김일성·김정일 시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김정은 시대'가 열렸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동안 '유훈 통치'를 강조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에 기대 체제를 안착시키려 했으나 이제는 최고지도자로서 자신있게 자기의 권위를 더 내세우겠다는 속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13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문 옆 선전판 사진을 교체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없애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사진으로 채워 '김정은 시대' 개막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스위스 유학 경험으로 서구 문물에 익숙한 김 제1위원장이 배지를 통한 우상화 방식이 '낡았다'고 생각해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