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의 일본인 A급 전범들을 단죄한 도쿄재판을 재검증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내부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고노담화의 위안부 사과 등을 계승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아가 전후 질서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헌법의 제정 과정과 연합군총사령부(GHQ)의 대 일본의 점령 정책을 검증하는 당내 조직을 여름 안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 조직이 태평양전쟁의 일본인 A급 전범들을 단죄했던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경위도 검증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이 연합군에 의해 강요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아베 정권의 개헌 노력에 탄력을 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여성 총리감’으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 정조회장은 “도쿄재판 결과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판결 이유에 적힌 역사 인식은 허술하다”고 말했다.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를 앞둔 아베 총리가 외교적 파장을 의식해 자신의 역사관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이나다 정조회장 등 자민당 내 보수파들이 대신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조직은 도쿄재판이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한 배경을 검증하고, 아베 총리가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고 평가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과정과 개헌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를 촉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합당한지, 무력행사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재판은 2차 대전 후 일본의 전쟁 범죄자를 심판하기 위해 열렸으며 종전 다음 해인 1946년부터 심리가 시작돼 1948년 11월 12일 피고인 2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 등 7명에게 교수형, 16명에게 종신 금고형, 1명에게 금고 20년, 다른 1명에게 금고 7년이 각각 선고됐다.
아울러 자민당 내 조직인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이날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 발표 때 관여한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 부(副)장관의 강연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일간에) 군위안부 문제를 고노담화로 매듭짓는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고노담화 수정 의견이 또 다시 나왔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종선 기자 swchun@kmib.co.kr
전범 처단한 도쿄재판 재검증하겠다는 자민당
입력 2015-06-19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