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탈(脫)유럽연합(EU)’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덴마크 총선에서도 ‘EU 회의론자’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야권연합이 승리하면서 EU 공동체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전날 치러진 총선 투표 집계 결과 라스무센 전 총리의 중도우파 자유당과 배타적 이민정책을 내세운 덴마크국민당 등 우파 야권연합이 90석을 손에 넣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반이민·반EU 기조의 극우정당인 덴마크국민당은 4년 전 총선 당시의 두 배에 가까운 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집권 사회민주당의 토르닝-슈미트 현 덴마크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낸 것은 390억 덴마크 크로네(약 6조2888억원) 규모의 특정분야 지출 5개년 예산안 때문이었다. 그러나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난민 수용 문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과 달리 이민자 수용 반대를 내세우는 우파 연합이 표심을 잡으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 노인복지 확대 정책 등을 지지하면서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의 표도 빼앗았다는 분석이다. 사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덴마크사회자유당 등 좌파연정은 85석을 얻는데 그쳐 패배를 인정하고 총리 및 당수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덴마크국민당 등 우파 정당들은 최근 “EU가 사회복지연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영국과 다른 국가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EU 역내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축소 요구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에서도 극우정당이 힘을 얻고 있어 EU 내 불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 협약 개정을 요구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운운하는 데 대한 EU 회원국들의 ‘불편한 심기’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전날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EU 탈퇴로 협박하지 말라”면서 “영국 내 EU 회의론자들을 잘 버텨내라. 비난전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러시아를 찾아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손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잡는 게 러시아에 유리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와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아테네-모스크바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유럽의 와해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도 대(對)러시아 제재로 똘똘 뭉쳐있는 EU 회원국들을 갈라놓아 외교적 고립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흔들리는 유럽 공동체
입력 2015-06-19 17:01 수정 2015-06-19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