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앞서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여야는 모두 한 목소리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총력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총리 인준 갈등 탓인지 미묘한 온도차 역시 드러냈다.
‘총리 부적격’ 입장을 밝혔던 야당에선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황 총리가 국회 집무실을 찾아오자 “그동안 정부가 메르스 대응에 실패했으니 총리직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또 “대란의 배후에는 정부의 무능이 있다. 국민에게 사과도 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문 대표 말대로 초기대응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렸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야당도 같이 해주시면 사태가 더 빨리 끝날 것”이라는 황 총리의 말에 문 대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총리도 호응해 달라”고 답했다. 면담은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오랜 친구인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면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이 원내대표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황 총리와 진짜 동창이 되고 싶은 게 있다”며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확대시키는 데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총리도 “그 두 가지는 저에게도 정말 중요한 과제”라며 “일부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얼마든지 극복해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황 총리를 만나 “52일 간의 긴 공백을 잘 메우리라 생각한다. 이른 시일 안에 메르스를 퇴치해 국민을 안심하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황 총리를 지명한 것은 우리 사회를 청렴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우리 사회가 청렴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동안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컨트롤타워 등에 대해서 국민 불안이 좀 있었는데 그런 불안이 말끔히 해소되고 메르스 사태의 종식도 꼭 가져다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당정청 소통 강화도 거듭 주문했다. 유 원내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야당 원내대표님과도 잘 지내달라”고 당부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황 총리는 앞서 오전 7시30분쯤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호국 영령의 뜻 받들어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바른 국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고 적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홍윤식 국무1차장, 조경규 국무2차장 등 총리실 직원들이 동행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황총리 여야지도부 예방, 미묘한 온도차
입력 2015-06-19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