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비공개 메모 공개

입력 2015-06-19 16:51
KBS 제공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남긴 메모가 공개됐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대처 전 총리가 포클랜드 전쟁과 정치 상황에 대한 심경을 드러낸 문장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대처 전 총리의 재임기간 작성된 메모가 포함된 120쪽짜리 문서가 공개됐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처 전 총리는 전쟁 중 영국군의 헬리콥터가 악천후에 충돌한 뒤 군인들의 생사가 파악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너무 무겁다. 어떻게 내 감정을 숨겨야 할지 두려웠다”고 적었다. 구조된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는 “하늘을 날 것만 같다. 아무 것도 문제될 게 없다. 그들은 안전했다”고 쓰면서 마지막 두 단어에는 밑줄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열흘 뒤 영국군이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를 격침해 323명이 죽었을 때는 차갑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5월 3일 우리 잠수함이 벨그라노를 공격했다. 벨그라노가 공격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침몰한 지 몇 시간 뒤에 알았기 때문에 생존자를 구해내기엔 늦었다”고 메모했다. 벨그라노 격침으로 사실상 포클랜드 전쟁은 끝났다.

공개된 메모에는 프랜시스 핌 당시 외무장관에 대한 대처 전 총리의 분노도 기록돼 있다. 포클랜드 전쟁 발발 직전 전쟁을 만류하는 미국 측의 평화 제안을 핌 전 장관이 받아들고 온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그녀는 적었다. 가디언은 “핌 전 외무장관은 포클랜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사주하고 페루가 중재한 평화안을 가져와 대처 전 총리를 난처하게 했다”면서 “당시 핌 외무장관이 미국과 손을 잡고 자신을 누르려 했다고 그녀는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대처 전 총리는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한 뒤 보수당 내 반대파였던 프랜시스 핌을 다른 정적(政敵)들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는 2013년 대처 전 총리가 사망할 때까지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처칠 칼리지에 기부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