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이모(60)씨는 2007년 1월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자신의 집과 부녀회장 강모(56·여)씨 집의 전기료를 낮게 기록하도록 했다. 한국전력은 아파트 전체 전력 사용량만 파악할 뿐 세대별 사용량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통보받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씨 등이 덜 낸 전기료는 고스란히 나머지 900세대 주민들이 떠안았다.
2007년 9월부터 아파트 전기과장으로 일한 유모씨는 같은 해 12월 이씨에게 직접 전기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계속 하던 대로 하라”며 묵살했다. 부녀회장 강씨는 유씨에게 “항상 300㎾ 이하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범행은 2010년 12월 동대표 한 명이 진상을 알게 되면서 중단됐다. 그간 이씨와 강씨가 덜 낸 전기료는 각각 680만원과 320만원이었다. 이씨는 아파트 환경미화 용역업체에서 “용역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모두 14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아파트 주차비, 지하주차장 창고 임대료, 발전기금도 마음대로 빼돌렸다. 5년 동안 그가 횡령한 돈만 2억원이 넘었다. 이씨와 강씨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입주민들에게 봉사하기는커녕 전기료를 감면받는 등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아파트 입주민 전체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이씨에게 징역 2년6개월, 강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형량을 다소 낮춰 이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800만원을, 강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아파트 주민들과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자기 집 전기료 1000만원을 이웃들에게 전가한 얌체 입주자대표와 부녀회장
입력 2015-06-19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