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발생한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난데없는 ‘남부연합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65)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이 깃발이 백인 우월주의 또는 흑인 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이러한 ‘구시대적’ 깃발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는 분위기다.
심지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당국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도 청사 밖에 이 깃발을 게양하는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를 자랑스레 내세우는 관행은 일반인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딜런 루프(21) 역시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자신의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남부연방기 게양 관행은 이전에도 종종 논란이 대상이 되곤 했지만 이번 사건이 명백한 인종 증오 범죄라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게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의 기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타-네히리 코츠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겁쟁이들은 이제 행동을 해야 한다. 깃발을 당장 내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니키 헤일리 주지사는 “연합기를 바꾸는 것은 주지사가 아닌 의회의 권한”이라며 게양 중단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마침 사건 발생 다음날인 18일 미국 대법원이 텍사스주에서 벌어진 또 다른 남부연합기 논란 관련 소송에서 주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논쟁이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앞서 ‘텍사스 남부연합 전사들의 후예’(The Texas Sons of Confederates Veterans)라는 단체가 자신들의 차량에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번호판을 다는 것을 주 정부가 불허했다며 소송을 냈는데, 이에 대법원이 “이러한 불허 방침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 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가 침해당했다면서 “서로 다른 시각을 존중하려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슬픈 날”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총격사건에 남부연합기 논쟁 확산…“번호판 불허 합헌” 결정도
입력 2015-06-19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