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표절의혹을 부인했던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의 사과문이 네티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사과’라는 표현을 담았지만 표절 여부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창비 측은 18일 오후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공식입장을 밝혔다.
창비 측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하여 17일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린다”며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며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표절 의혹에 대해 신 작가와 논의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창비가 사과한 부분은 적절하지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냈다는 사실이었다. 네티즌들은 ‘표절 혐의를 제기할 법하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갔다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래서 표절했다는 겁니까 안 했다는 겁니까?”
“표절 혐의를 제기할 법하다는 건 뭔가. 문학적 표현인가?”
“창비, 인정하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사과를 하려거든 변명이 아닌 진실된 사과를 하길.”
앞서 소설가 이응준은 신 작가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 문단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작가는 창비에 보낸 입장문에서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창비 역시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어렵다”며 신 작가를 두둔했다.
다음은 창비가 발표한 공식입장 전문
먼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하여 6월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로써 창비를 아껴주시는 많은 독자들께 실망을 드렸고 분노를 샀습니다.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습니다.
저희는 그간 작가와 독자를 존중하고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진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문학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출판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습니다.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한국문학과 창비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저희에게 보내준 질타를 잊지 않고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2015년 6월 18일
창비 대표이사 강일우 드림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그래서 표절이라고 아니라고?” 창비 사과문 시끌 (전문 포함)
입력 2015-06-19 01:23 수정 2015-06-19 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