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당은 ‘돈 먹는 하마’ … 비 새고, 쥐 끓고 연간 유지비 857억원, 보수에는 5조원 이상 들어

입력 2015-06-19 01:06
웨스터민스터궁전 홈페이지

템스 강변에 자리잡은 영국의 대표적인 상징인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대대적인 수리가 불가피할 정도로 훼손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의사당으로 사용되는 150년 된 웨스트민스터 궁전은 겉보기에 웅장하지만, 지붕에서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고 쥐가 들끓고 있다.

유지비가 연간 5000만 파운드(약 870억원)에 이르지만 제대로 수리를 하려면 이의 60배나 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8일(현지시간) 입수한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공사에 최소 30억 파운드(약 5조20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금액은 의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전제 아래 산출된 규모로, 만일 의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하려면 60억 파운드를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공사 기간도 32년으로 더 늘어난다.

그렇다고 수리를 하지 않고 버티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유지비가 2012년 3600만 파운드(약 630억원), 2013년 4200만 파운드(약 735억원), 2014년 4900만 파운드(약 857억원) 등으로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에 나온 전문가 보고서는 “허물고 새로 짓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도 “세계 ‘의회의 산실’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면 선택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상당한 규모의 보수를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맞을 것이라는 안전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4년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면서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하고 있는 집권 보수당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이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