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1994년 단편 ‘전설'을 둘러싸고 불거진 표절 의혹이 지난 2000년에도 유수 문예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는 부산 출신의 문학평론가 정문수(46)씨가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실은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기고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95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에 실린 단편 ‘전설'은 명백히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 ‘우국’의 표절작”이라고 주장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정 평론가는 “일제 파시즘기 때 동료들의 친위쿠데타 모의에 빠진 한 장교가 대의를 위해 자결한다는 ‘우국'의 내용과 한국전쟁 때 한 사내가 전쟁터에 자원입대하여 실종되는 ‘전설'은 남편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때 남은 아내들의 선택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점에서 주요 모티브부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또 “‘우국'의 아내는 남편을 따라 죽는 데 일호의 주저도 없으며, ‘전설'의 여자는 남편의 실종 통보를 받고도 평생을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보낸다. 또 10여 개의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한 문구는 물론이고 남편의 죽음이나 참전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아내의 태도, 역순적 사건 구성, 서두에 역사적 배경을 언급한 전개 방식 등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나 영향 관계로 해석될 여지를 봉쇄해버린다”고 평론했다.
앞서 신 작가는 이응준의 표절 의혹에 대해 “‘우국’을 알지 못하고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창비 또한 “두 작품이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며 표절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이처럼 15년 전 같은 작품으로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의 소설 ‘우국'(憂國)을 신 작가가 “알지 못 한다”고 해명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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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전설’ 표절 의혹 15년 전에도 제기 됐었다
입력 2015-06-18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