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왔던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청와대 입장에 기운 듯한 발언을 하면서다. 국회는 지난 15일 위헌 논란이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의 자구를 고쳐 정부로 이송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강경한 분위기여서 거부권 정국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헌 소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한 건데 다수의 헌법학자가 위헌성이 있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성이 분명한데 대통령이 그걸 결재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생각은 다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가결된 국회법 개정안 자체도 강제력이 없어 위헌이 아니었고, 그마저도 중재안을 마련해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고 보고 있다. 양 극단에 서 있는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여권에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곧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작정하고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 거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헌법 논리적으로 그 조항은 위헌 소지가 없다”며 “핵심은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선 구심점 없이 각자도생 중인 친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의원총회를 열어 재의결이냐 자동 폐기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재의결이든 자동 폐기든 후유증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재의결에 동참해 법안으로 확정되면 당청 관계는 파탄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자동 폐기될 경우 여야 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물론 여당 내 계파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 측 인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당 뿐 아니라 야당도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민생을 챙겨야할 청와대가 그 정도로 무리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새누리당 ‘투톱’ 김무성-유승민, 국회법 개정안 다른 길 가나
입력 2015-06-18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