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을 문제가 된 소설에 빗대 풍자한 댓글이 인터넷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경숙이 표절했다고 의혹이 제기된 일본 소설의 한 문단을 현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 모방했기 때문이다.
네티즌 ‘seo4****’은 18일 신경숙 표절 의혹을 다룬 한 온라인 기사에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한 문단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의 장문 댓글을 달았다.
“두 사람 다 건강한 양심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들의 베끼기는 격렬하였다. 출판사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원고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채근하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 표절을 하고 두 달 뒤 남짓, 여자는 벌써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순한 머릿 속으로 문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베껴들었다. 그 붙여넣음은 글을 쓰는 여자의 원고지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표절을 하는 게 아니라 표절이 여자에게 빨려오는듯 했다. 여자의 변화를 기뻐한 건 물론 출판사였다.”
‘seo4****’이 올린 댓글은 가장 많은 호감을 받았고 이 댓글에 대한 댓글도 200개 가까이 달렸다. 신경숙 표절 의혹 풍자 댓글은 캡처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상황을 어쩜 저렇게 절묘하게 묘사하냐”고 극찬했다. “댓글 천재” “맛깔나게 베꼈다” “필력이 엄청나다” “명문이다” 등 반응도 나왔다.
표절 논란이 인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은 아래와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 1983>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신경숙, 전설, 1996>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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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벌써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신경숙 풍자 댓글
입력 2015-06-19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