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흑인교회에 20대 초반의 백인 남성이 뛰어들어 기도 중인 흑인신도 9명을 살해했다. 흑인들에 대한 증오가 범행동기로 알려져 흑인들의 우려와 집단반발이 예상된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일 오후 9시쯤(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중심가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서 회색셔츠와 푸른색바지 차림의 백인 남성이 난입해 총격을 가했다. 기도 중이던 신자들은 갑작스런 총격에 몸을 피하지 못하고 8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2명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중 1명은 도중에 사망했다.
경찰은 범인이 21세 가량의 백인 남성으로 금발이며 수염을 깎아 단정한 외모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18일 오전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조셉 릴리 찰스턴 시장은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질하는 것은 가장 악랄한 범죄”라며 “범인을 반드시 잡아 법정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릴리 시장과 그렉 물렌 찰스턴 경찰서장은 범행 동기를 인종 증오로 규정했다. 지역활동가인 크리스토퍼 카슨도 “총격은 인종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신한다”며 분개했다.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는 1816년 흑인노예들이 세운 교회로 미국에서는 가장 오래 된 흑인교회다. 교회 설립자 중 한 명은 1822년 흑인노예들의 폭동을 조직하다 체포됐다. 폭동은 무위에 그쳤지만 당시 35명이 처형됐다. 보복에 나선 백인농장주들이 이 교회를 불태우기도 했다. 고딕 양식의 현재 건물은 1891년에 지어져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교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클레멘타 핀크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상원의원이기도 하다. 핀크니 목사가 총격 당시 교회 안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찰스턴의 인종 분포는 인구 10만명 중 백인이 63%, 흑인이 34%다.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들의 비중이 높은 도시다.
인근 노스찰스턴에서는 지난 4월 4일 백인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벌어져 흑인들의 반발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었다. 당시 총격을 가한 백인경찰은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서 총격이 벌어진 직후 폭탄 테러 위협이 있다며 교회 앞으로 몰려든 취재 기자들과 행인들을 인근 호텔로 피신시켰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사건을 접한 신자들은 교회로 모여 들어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일부 신자들은 교회 앞 거리에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찰스턴에서 18일 가지려던 유세를 취소하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7일 찰스턴을 방문했으나 총격 전에 이 도시를 떠났다. 클린턴 전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가슴 아픈 일을 겪은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미 최초 흑인교회에서 신자 9명 기도중 피살
입력 2015-06-18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