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투석실 전파, 대책이 없다” 강제전원만 23명

입력 2015-06-19 00:05
메르스 확산세가 기로에 선 가운데 18일 서울 신촌 연세세브란스 병원에서 병원 직원들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비상운송차량에 태워 병원 내 선별진료소로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구성찬 기자

메르스가 투석실에까지 창궐했다. 안전 대책 없이 전원을 강요당하는 투석 환자가 있는가 하면, 전원을 받는 의료기관의 추가 감염 우려까지 겹쳐 보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8일 의료 관계자 등에 의하면,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A 병원에서 23명의 말기신부전자(혈액투석환자)가 지속적인 치료 계획 없이 전원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투석치료는 일반 외래 진료보다 메르스 확산의 위험이 더욱 크다. 혈액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병상 간격이 2m 남짓한 공간에서 진료를 받게 된다. 환복 이후 퇴실까지 걸리는 시간도 5시간 이상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병원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전원을 강요하면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메르스 4차 확산을 유발할 수 있다. 환자가 전원하지 않는다면, 병원내 잠재적인 메르스 바이러스로부터 노출 받을 수도 있다.

메르스가 투석실까지 침투할 경우 만만찮은 파장이 우려된다. 전국적으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수는 5만7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건강상태가 취약해 메르스에 대한 위협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 A 병원으로부터 전원을 강요받은 환자의 상당수가 서울 마포구, 영등포구, 경기 부천 등의 의료기관으로 전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준비 없는 행정 대책이다. A 병원을 폐쇄해놓고 ‘방역지침대로 진행하시오’라는 행정 지시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 환자가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된 상태에서 혈액투석을 실시 받을 수 있는 가에도 의문이 따른다. 18일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 110명을 즉각 격리 조치했다”고 알릴 뿐, A 병원 환자 23명에 대한 조치는 전혀 없었다.

의료 현장은 제3의 영역에 환자들을 관리할 별도의 인공신장실을 확보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마저 어렵다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인공신장실을 철저하게 방역 조치한 후, 동선을 확보하거나 기관 내 격리 후 환자의 투석치료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 관계자는 “인공신장실 및 만성신질환 환자의 특화된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메르스 투석실 감염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재앙이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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