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의 중심이 된 ‘신경숙 작가 구하기’에 나선 출판사 창비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독자와 문단, 심지어 창비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인문정신의 표상’이라는 위상마저 금이 갈 위기에 처했다.
창비는 18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표절 논란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창비 관계자는 “사과성명 발표 등 여러 방안이 나왔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거의 일손을 놓고 인터넷 등을 검색하며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창비 홈페이지에는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독자는 “출판사 이름을 창작과비평이 아닌 표절과 두둔으로 바꾸라”고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씨는 이날 아침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국’을 읽어본 적도 없다는 신씨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약 그게 사실인데도 두 작품이 그렇게까지 일치될 정도면 아마 우주가 도와줬을 정도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종석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창비의 입장은 출판사가 독자들을 돈을 갖다 바치는 호구로 봤고, 앞으로도 호구로 보겠다는 뜻”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창비직원 Z’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회사의 입장이 너무 부끄럽다. 하루 빨리 회사가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창비 직원 A’라는 계정의 다른 네티즌은 전날 “백낙청 선생님(창간 멤버)이 신년사에서 ‘갑질의 유혹에 놓이지 말자’고 했다. 오늘 회사의 기괴한 입장 표명이 바로 한국문학에 대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힐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창비는 17일 ‘인용 장면이 극히 부분적’이라는 이유로 “표절 운운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설가 이응준씨가 신씨의 작품 ‘전설’(1996년 창비 출간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수록)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일부 문장을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한 데 대한 첫 대응이었다.
현행 저작권법은 표절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을 때는 표절로 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소설가 A씨는 “읽은 기억이 없더라도 과거에 읽은 문장이 너무 좋으면 무의식 속에 덩어리로 남아 있기도 한다”면서 “독창성이 생명인 작가는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남의 것을 훔쳐 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신씨가 추가 입장을 내놓을 지도 관심이다. 신씨는 현재 일절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출판사와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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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 신경숙 구하기 나서다 위기 빠진 ‘창비’
입력 2015-06-18 17:35 수정 2015-06-18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