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 2017년 행정수반 선거안 부결

입력 2015-06-18 17:24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이 결국 폐기됐다. 지난해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의결로 선거안이 마련된 이후 2개월여의 홍콩 도심 점령 시위 등을 포함한 1년 가까운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홍콩 입법회는 18일 정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부결시켰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37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8표, 반대 28표, 기권 1표였다. 친(親)중국 성향의 의원 30여명은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선거안이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70명 중 3분의 2인 47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선거안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선제를 직선제로 변경하되 후보 추천위원의 과반인 600명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예비후보 2∼3명에게만 최종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민주파는 반(反)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하려는 ‘무늬만 직선제’ 선거안이라고 비판해 왔다. 전날부터 시작된 찬반 토론에서 범민주파 의원들은 “1인1표 직선제를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홍콩 시민들로부터 진정한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중국 성향의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큰 진전”이라고 반박했다.

선거안 부결로 2017년 행정장관 선거는 ‘1인 1표’의 보통선거는 시행되지 않고 현행대로 친중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로 진행된다. 홍콩 시민당 알란 렁 대표는 “선거안이 단지 8명의 지지만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면서 “홍콩 시민들이 가짜 민주주의는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중국과 홍콩 정부에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결 소식에 입법회 건물 밖에 있던 100여명의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부결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홍콩시립대 청처융 교수는 “범민주파는 기분이 좋겠지만 홍콩은 민주주의로 더 다가설 수 없게 됐다”면서 “중국도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