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 홈페이지 개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지지하나 합병은 불공정”

입력 2015-06-18 16:49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심문기일을 하루 앞두고 여론전에 나섰다.

엘리엇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하지만 진행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엘리엇은 또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엘리엇의 견해’라는 27쪽 분량의 분석자료를 게재했다. 특히 엘리엇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 제출용으로 작성한 자료를 공개한 점, 엘리엇이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금지,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금지) 심문기일을 하루 앞두고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합병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초 의견서를 낼 예정인 ISS는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진행될 경우 외국인 주주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자료에서 “이번 합병 계약은 삼성물산을 심각하게 저평가했고 제일모직 주식의 시장 가치가 극단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전체의 부진으로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삼성물산의 주장도 일축했다. 엘리엇은 “(합병발표 전날인) 5월 25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로 엇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면 삼성물산의 PBR는 -0.06으로 기형적으로 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또 합병발표일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제일기획(12.6%), 삼성엔지니어링(7.8%) 등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가 12조4000억원에 달해 삼성물산 시가총액(8조1000억원)의 1.5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엘리엇은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은 기업 미래 가치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