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태극 여전사들,이 느낌 그대로 프랑스도 깬다

입력 2015-06-18 16:01
여자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조소현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윤덕여호’의 방패는 튼튼했다. 전반 스페인이 밀면 버티고, 밀면 또 버텼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창도 날카로웠다. 후반 스페인이 막으면 뚫었고, 막으면 또 뚫었다. 체력과 기술에서 스페인에 뒤진 한국은 투혼과 조직력으로 짜릿한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태극낭자들의 투혼이 돋보인 명승부였다.

◇전반엔 ‘방패’-후반엔 ‘창’으로 싸웠다=1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하며 신중한 탐색전을 전개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한국은 전반 28분 베로니카 보케테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전반 슈팅 수 2대 8, 공격 점유율 42%대 58%로 열세였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한국은 숨겨 뒀던 발톱을 세웠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공세에 나선 것이다. 후반 7분 조소현(27·현대제철)의 헤딩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후반 32분 김수연(26·KSPO)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남은 시간 위기를 잘 넘겨 값진 승리를 따냈다.

전반 스페인의 체력을 고갈시킨 뒤 후반 수비라인을 끌어오려 반격에 나선 윤덕여 감독의 작전이 주효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전반전에 압도당한 한국이 후반과 같이 경기력을 보여 줄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며 “한국이 월드컵 출전 두 번째 대회, 6경기 만이자 최상의 타이밍에 역사적 첫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또 “한국은 서두르는 대신 스페인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조소현의 동점골 이후 한국은 기뻐하는 대신 ‘심장전문 외과의사’ 같은 인내심과 신중함으로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이 느낌 그대로 프랑스도 깬다”=한국이 16강(22일 오전 5시·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프랑스는 FIFA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유럽 강호다. F조에 편성된 프랑스는 잉글랜드(6위)를 1대 0, 멕시코(25위)를 5대 0으로 완파하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2011 독일월드컵에서 기록한 4위다. 한국은 2003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프랑스와 맞붙어 0대 1로 패한 바 있다.

프랑스는 화끈한 공격축구가 장점이다.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조별리그에서 3골을 넣은 유지니 르 솜머를 꼽을 수 있다. 르 솜머는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고,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혼자 2골을 몰아쳤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르 솜머는 키가 161㎝로 작지만 몸싸움에 능하고 개인기도 뛰어나다. 프랑스 국가대표로 108경기에서 47골을 기록 중이며, 소속팀인 올랭피크 리옹에서 최근 5시즌 간 146골을 넣었다. 대표팀 선수 다수가 파리 생제르맹과 올랭피크 리옹 출신이어서 조직력도 탄탄하다.

한국 스트라이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프랑스는 좋은 팀이지만 우리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주장 조소현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엉엉 울었다. 진짜 좋았다”며 “이 느낌 그대로 프랑스전까지 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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