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기, 자격증 빌려 군 심사 통과한 ‘불량 방탄복’ 업체

입력 2015-06-18 16:05 수정 2015-06-18 17:51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을 납품한 업체가 필수 재봉기계나 기술 자격증도 없이 군 심사를 통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캄보디아 경찰에 방탄복을 납품했으면서 캄보디아 군에 납품한 것처럼 실적을 속였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다기능방탄복 제조업체 S사 상무이사 조모(55)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업체 대표 김모(61)씨와 원가부 차장 이모(40)씨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조씨 등은 2010년 10월 방위사업청 심사 때 캄보디아 경찰에 납품한 방탄복이 군용이었던 것처럼 실적증명서를 조작했다. 권총을 막는 경찰용 방탄복을 납품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실적 심사에서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국방기술품질원 실사에서도 필수 보유 시설인 바택기(두꺼운 원단을 반복 재봉하는 기계)가 회사 공장에 없다는 사실을 숨겼다. 임대업체에서 기계를 이틀 간 빌렸고, 실사가 끝난 뒤 곧바로 반환했다. 기술인력 보유기준을 맞추려고 한 품질관리기술사로부터 기술사 자격증을 대여해 방위사업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기술사에게는 대가로 매달 120만원을 줬다. 바택기나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S사는 적격심사에서 탈락돼야 했다..

S사는 이렇게 방사청을 속여 2011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특수전사령부에 방탄복 2000여벌(약 13억원)을 납품했다. 합수단과 감사원 조사 결과 S사 방탄복은 북한군 소총(AK-74)에 관통당할 정도로 부실했다. 2009년 일선 부대에서 품질이 불량하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합수단은 이런 보고를 무시하고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전 특전사 군수처장 전모(49) 대령 등 방탄복 비리에 연루된 현역 육·해군 장교 3명을 기소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