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시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센터링을 올렸는데 운이 좋았어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32분 ‘슈터링(슈팅+센터링)’으로 역전 결승골을 꽂아 넣은 김수연(26·KSPO)은 경기 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김수연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23분 교체로 투입돼 그림 같은 골을 넣어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처음에는 골이 아닌 줄 알았다”며 “너무 정신이 없었고, 넣는 순간 실감이 나지 않고 온몸에 소름만 돋았다”며 “선수들이 좋아하면서 달려들자 그제야 ‘골이 들어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소속팀에서 주로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김수연은 지난 4월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윤덕여 감독 권유로 측면 수비를 맡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해낼 수 있는 그는 윤 감독의 ‘비밀병기’였다.
김수연은 미국 전지훈련을 하며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한동안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 “단 1분만이라도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고 기도한 김수연은 가장 중요한 순간 골을 터뜨리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윤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에 양쪽 측면 공간을 스페인에 너무 쉽게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김수연이 그동안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는데 오늘 후반전에 투입돼 좋은 역할을 해 줘서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린 만큼 다음 경기에도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가 지도자의 믿음을 알고 있을 때 열정과 헌신을 가지고 경기를 하게 된다. 그것이 한국 여자축구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자 대표팀을 맡은 지 2년 6개월째가 됐는데 그런 믿음을 끝까지 갖고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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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결승골 넣은 김수연 “센터링 올렸는데 운이 좋았다”
입력 2015-06-18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