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옹호? 창비 아니라 창피” 창비 직원들 참회 트윗

입력 2015-06-18 08:42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1996) 표절 의혹에 출판사 창비의 직원들이 양심선언을 하고 나섰다.

‘창비직원A(@unknownmembera)'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 표절 논란과 관련해 오늘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17일 오후 트위터에 새 계정을 개설했다.

그는 “내년은 창작과비평이 세상에 나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를 위해 곳곳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한 처음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모두 헛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A는 또 “지금 이 사태 앞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보아야 하나” “회사의 기괴한 입장 표명이 바로 한국문학에 대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일갈했다.

직원A의 트윗은 삽시간에 퍼져 화제가 됐다. 직원A의 계정이 생긴지 2시간 뒤 창비직원Z(unknownmemberz) 계정이 생겼다. 역시 창비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직원Z는 “직원A의 용기에 힘입어 계정을 만들었다”며 “회사의 입장이 부끄럽다. 회사가 하루빨리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직원Z는 “한 동료가 창비가 아니라 창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차라리 그냥 독자이고 싶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라고 토로했다.

18일 오전 올린 트윗에서 그는 “일개 직원이 굳이 공개적으로 이런 계정을 만든 이유는 창비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런 입장이 나가는지도 몰랐던 노동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외부인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은 “신 작가의 ‘전설'이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 문단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분은 각각 7개와 4개 문장으로 이뤄졌으나 내용은 같은 글이나 다름없이 비슷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작가는 창비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창비 문학편집부는 “해당 장면들은 작품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