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이 표절 시비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에서 신경숙의 표절의혹을 정리한 자료가 퍼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는 17일 “신경숙의 표절의혹 작품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은 신경숙의 소설인 ‘딸기밭’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전설’ ‘작별인사’ 등을 다른 작가의 소설과 비교했다.
글쓴이는 표절 논란을 일으키는 구절들을 나란히 배치시켰다. 읽는 이가 표절 여부를 직접 판단하라는 뜻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에는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며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신경숙의 소설 전설에는 “남자는 바같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는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스러뜨리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외에도 문학비평가 박철화가 신경림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기억찾기’를 패트릭 모디아노, 퇴윤, 윤대녕의 소설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며 “기억찾기는 패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글과 관련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신경숙의 책을 2권이나 소장하고 있는데… 표절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씁쓸해 했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까지 의혹들이 있었지만, 전설 작품의 경우 단락이 지나치게 유사해 이렇게 표절 논란이 일어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표절 의혹 논란 구문들>
◇ 미시마 유키오 ‘우국’ vs 신경숙 ‘전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 1983>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신경숙, 전설, 1996>
◇ 안승준 ‘살아는 있는 것이오’ vs 신경숙 ‘딸기밭’
귀하. 저는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 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
그는 평소 인간과 자연을 깊이 사랑하였으며, 특히 권위주의의 배격이나 부의 공평한 분배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에 관해 다양한 관심과 의식을 가졌습니다.<안승준, 살아는 있는 것이오, 1992>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저는 평소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기아 무제와 부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환경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신경숙, 딸기밭, 2000>
◇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vs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됩니다. 완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와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1998>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2010>
◇ 마루야마 겐지 ‘물의 가족’ vs 신경숙 ‘작별인사’
“물기척이 심상치 않다.”
“헤엄치는 자의 기척이 한층 짙어져 오고 있다.”<마루야마, 물의 가족, 2012>
“물마루 기척이 심상치 않아.”
“먼데서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신경숙, 작별인사, 1998>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신경숙 표절 논란 모아보니… ‘읽는 이 판단’
입력 2015-06-18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