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6일(현지시간) 트랜스지방 사용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100세 노(老) 과학자의 60년 가까운 집념어린 투쟁 덕분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FDA는 트랜스지방이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며 식품업체들에 3년 내 트랜스지방을 만드는 부분경화유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도록 했다. 업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려면 부분경화유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부분경화)에서 생성되는 지방이다. 마가린, 쿠키, 크래커, 비스킷, 냉동피자, 전자레인지용 팝콘, 냉장 도넛, 쇼트닝,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에 많이 사용된다. 가격이 싸고 유통기한이 길며, 음식맛을 좋게 하기 때문에 식품 가공업체들이 선호해왔다.
트랜스지방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앞장서온 이는 미 일리노이대 프레드 커머로우(100·사진) 교수다. 그는 1950년대 대학 연구원 시절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이들의 동맥을 조사하다가 트랜스지방이 많이 쌓인 것을 발견했다. 이후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트랜스지방을 섭취한 쥐에서 혈관을 축소시키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커머로우 교수는 1957년 트랜스지방의 위험성을 알리는 연구 결과를 처음 발표했고 1960년대부터 미 심장학회에서 활동하며 식품업계가 트랜스지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수십년간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나 식품업계가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2009년에 FDA에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2013년에는 ‘당국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아예 FDA와 미 보건부를 법원에 고소했다.
결국 FDA는 소송이 제기된 지 3개월 뒤 트랜스지방이 안전하지 않다고 발표했고, 이후 퇴출 절차에 들어가 이번에 최종적으로 사용금지 결정을 발표했다.
커머로우 교수는 WP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학의 승리”라며 “트랜스지방을 식단에서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을 100세 생일을 맞았던 그는 “누군가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케이크를 가져와 내다버렸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트랜스지방 퇴출에 앞장섰지만 그는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평소 지방을 빼지 않은 우유인 전유(whole milk)를 마시고 계란도 즐겨 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튀긴 음식이나 트랜스지방이 들어간 식품은 피해왔다.
그는 지금은 튀긴 지방(fried fat)이 신진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미,트랜스지방 퇴출은 노과학자의 집념이 이끌어낸 결실
입력 2015-06-17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