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두 개씩이나 준비를 했고 최초 찌른 뒤 리퍼트 대사가 방어를 하려 했지만 4번을 더 찔렀다. 이건 찌르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뜻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감정했던 이정빈 전 서울대 의대 교수가 김기종(55) 우리마당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에게 살해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1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교수는 “상처로 봤을 때 김씨가 6차례 정도 대사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관점에서 찌르면 죽는 곳을 찌르려 했다는 점과 범행에 쓰인 과도 외에도 커터칼을 따로 준비했다는 점 등으로 보면 찌르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검찰에서 받은 사건 기록과 리퍼트 대사의 진단서, 관련자 진술 조서 등 여러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감정했다”며 “리퍼트 대사가 다친 부위는 경동맥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이며 만약 경동맥이 찔렸다면 지혈을 해도 생명을 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외교사절을 폭행하고 업무를 방해한 점은 인정하지만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화상으로 다친 오른손의 운동 능력이 떨어져 흉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6차례 찌르지 않았는데 왜 이 전 교수는 6차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불편해 칼을 제대로 쥘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에는 리퍼트 대사의 수술을 집도했던 유대현 신촌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교수는 “리퍼트 대사의 목 부분 상처는 아래 부분이 불규칙하고 깊어 칼로 찔린 ‘자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오른손을 살펴본 뒤 “본인은 좀 불편하겠지만 뭔가를 쥐거나 잡은 기능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길이 25㎝의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에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김기종, 리퍼트 대사 찌르려는 강한 의지 있었다” 법의학자 법정 증언
입력 2015-06-17 17:49 수정 2015-06-17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