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자의 그늘’의 저자 엘리자베스 엘리엇 별세

입력 2015-06-17 17:27

20세기 기독교 선교의 전형을 제시하고 경건 서적의 고전이 된 ‘전능자의 그늘’의 저자, 엘리자베스 엘리어트(사진) 여사가 15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엘리어트 여사는 1956년 남미 에콰도르로 선교를 떠났다가 원주민들에게 창과 화살로 무참히 살해된 순교자 5명 중 한 명인 짐 엘리어트의 부인이다. 당시 남편을 포함한 5명의 미국 휘튼대 출신 선교사들이 순교하자, 엘리어트 여사는 간호사 훈련을 받았고 1년 후 사지(死地)인 에콰도르 동부 아우카족 땅에 들어가 남편과 동료 선교사를 죽인 부족 속에 살며 선교 사역을 감당했다.

엘리어트 여사의 담대한 신앙으로 아우카족 부족민들은 복음을 받아들였고 10년 후엔 5명의 선교사를 살해한 장본인 ‘키모’는 부족 최초의 목사가 됐다. 또 순교한 선교사들의 자녀 중 2명이 아버지가 순교한 팜 비치 강가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엘리어트의 딸은 아우카족과 함께 살았다. 92년에는 현장에서 신약성경 봉헌예배가 드려지기도 했다.

엘리어트 여사는 20여권의 저작을 남겼다. 남편의 삶과 신앙을 담은 ‘전능자의 그늘’과 ‘영광의 문’을 비롯해, 단 한 번의 휴가 없이 53년간 인도 남부에서 헌신한 아일랜드 선교사의 인생을 담은 ‘에이미 카마이클’ 등은 전 세계 크리스천들을 열광시켰고 기독교 선교사의 전형적 모델을 보여줬다.

휘튼대 캐서린 롱(역사학) 교수는 “엘리어트의 작품들은 20세기 후반 감동적 선교 스토리로 각인됐다”며 “복음주의의 가치를 이야기 속에서 잘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엘리어트 여사는 1926년 벨기에에서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휘튼대에서 고전 그리스어를 전공했다. 그리스어를 공부하며 신약성경을 미전도종족 언어로 번역하고 싶은 비전을 품었다. 짐 엘리어트와는 1953년 결혼했다. 아우카족에게 들어갔던 엘리어트 여사는 이후 아우카족이 여성들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선교 사역에 매진했다. 부족민들은 이런 그에게 ‘기카리’라는 이름을 선사했고 엘리어트 여사는 1963년까지 부족과 함께 살았다.

1974년부터 고든콘웰신학교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기독교인과 표현’이라는 강의로 인기를 모았으며, 88년부터 2001년까지는 ‘기쁨으로 향하는 관문(Gateway to Joy)’이라는 기독교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녀는 방송 시작과 함께 “당신이 받은 사랑은 영원합니다(You are loved with an everlasting love)”라는 말을 항상 남겼다. 별세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치매와 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