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의료원 앞에 한 무리의 외국인이 섰다. 거대한 병원 건물과 그 안을 채운 수많은 의료진은 130년 전 수수했던 제중원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저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믿음의 선배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열매로 영근 광경에 데보라 패터슨 미국 오하이오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는 연신 감탄했다. 이 교회는 1884년 개신교 선교사 최초로 한국 땅을 밟은 호러스 알렌(1858~1932) 선교사의 모교회다.
연세대의료원 종합관 1층에 걸려 있는 알렌 선교사의 사진 앞에서 패터슨 목사는 감격스러운 듯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래전 이역만리 한국 땅에 이분을 보내신 것도, 오늘 이 역사의 현장에 그와 같은 믿음을 가진 우리를 서게 한 것도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패터슨 목사와 성도 7명은 서울 남대문교회(손윤탁 목사)의 초청으로 16일 내한했다. 남대문교회에서 오는 21일 열리는 ‘한국 개신교 첫 공식주일예배 130주년 기념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기념예배를 앞두고 이들은 알렌을 비롯한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곳을 찾았다.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 성도들과 만난 연세대의료원 정남식 원장은 “1885년 알렌 선교사에 의해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으로 세워진 광혜원은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며 “창립 이래 한결같이 이 땅의 기독교 복음 전파와 의학교육, 치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오늘날 연세대의료원의 선교적인 성과와 발전은 알렌 선교사를 보내 준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의 기도와 협력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알렌은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 교회는 조셉 휴 목사와 14명의 성도들이 1810년 개척해 20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패터슨 목사는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는 1860년대부터 중국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며 선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주기적으로 선교사들의 사역보고를 들으며 알렌의 선교 지향적 신앙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알렌은 1883년 10월 선교사로 파송됐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 성도들은 이날 연세대의료원 방문에 앞서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와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도 방문했다. 패터슨 목사는 장신대 김명용 총장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많은 신학교가 학생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 신실한 목회자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총장은 “알렌 등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교회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땅의 크리스천은 모두 예수의 피로 맺어진 형제자매인 만큼 서로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협력하자”고 말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는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등 초기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한 뒤 그들이 잠든 곳을 찾아 참배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도 참배를 방해하지는 못했다.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 브라이언 맥코넬 장로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들의 신앙은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한다”며 “선교사들의 묘를 잘 보존해준 한국교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알렌 선교사 모교회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 성도들 한국에서 선교의 흔적을 찾다
입력 2015-06-17 17:28 수정 2015-06-21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