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동경희대병원 의료진 집단 메르스 4차 감염 우려

입력 2015-06-17 18:02
17일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중 강동경희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포함된 가운데 응급실로 가는 출입문이 통제되어있다. 이병주기자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응급실 의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방 인턴(수련의)과 응급실 방사선사 등 다른 의료진 3명도 의심증상을 보여 검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메르스 사망자(76번 환자)가 거쳐 간 대표적 ‘사망자 루트’다. 의료진의 무더기 4차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측은 비상이 걸렸다.

◇76번 사망자 루트에서…=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확진된 160번 환자(31)는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 의사다. 지난 5일 오후 4시쯤 엉덩이뼈 골절로 응급실을 찾은 76번 환자(75·여·사망)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76번 환자는 다음날 오전 9시30분쯤 건국대병원으로 옮겨갔다.

강동경희대병원이 건국대병원으로부터 76번 환자의 메르스 양성 통보를 받은 것은 7일 새벽이다. 병원 측은 부랴부랴 밀접 접촉자 26명, 당시 응급실 체류 환자?방문자 161명, 76번 환자가 병원을 옮긴 뒤 응급실 소독 전까지 노출자 205명 등 모두 392명을 자택 격리했다.

160번 환자는 감염원에 노출된 지 열흘이 흐른 지난 15일부터 오한과 설사 증상을 보였다.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져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160번 환자는 감염원인 76번 환자를 직접 진료했다.

하지만 권준욱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76번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때 근무한 레지던트지만 직접 진료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자택격리 대상 392명 중에 의료진 118명이 포함돼 있어 추가로 의료진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실제 한방 인턴 1명과 응급실 방사선사(X선 등 영상촬영 담당), 일반 방사선사 등 3명이 의심증상을 보여 메르스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76번 환자 방문 당시 응급실에 근무했던 간호사 1명도 근육통 등 메르스 증상이 의심됐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보통 감염원에 노출된 후 7~10일쯤 환자가 많이 나오는 걸로 보인다. 지금이 그 시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면서 “마지막 노출 시점(6일)으로부터 잠복기 14일이 끝나는 20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76번에게 감염 벌써 4명…슈퍼 전파자 되나=강동경희대병원 의사를 감염시킨 76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68)로부터 감염된 14번(35) 환자와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은 3차 감염자다. 지난 10일 사망한 이 환자는 숨지기 전에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3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보건 당국 통제망 밖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추가적인 4차 감염자 발생이 우려된다.

76번 환자는 지난 5~6일 강동경희대병원 및 건국대병원으로 이동 과정에서 민간구급차 이송요원인 133번 환자(70), 동승요원 145번 환자(37)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이어 6일 건국대병원 같은 병실에 체류했던 150번 환자(44)에게도 옮겼다.

76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 발현 시점도 불투명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찾았을 때 고열을 보였지만 삼성서울병원을 경유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이 때문에 문진 과정에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밝히지 않았을 수 있다. 새로운 ‘슈퍼 전파자’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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