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전격적인 방일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를 향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상회담은 물론 각료급 회담 자체가 없었던 만큼, 윤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도쿄에서 회담을 갖는 것 자체가 관계 개선의 상징이라는 분석이다.
윤 장관의 방일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내놓은 기시다 외무상의 초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지게 됐다. 물론 오는 22일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이 현지에서 개최하는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다는 명목도 고려됐다. 우리 측 행사에 우리 각료가 가는 모양새를 부린 셈이다.
이에 상응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 의원연맹 회장을 특사 자격으로 서울에 파견해, 서울 주재 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수교 기념 리셉션에 자신의 축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부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이제는 복원해야할 시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과거사 반성 문제,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 등 전반적인 현안들이 다뤄지는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기존의 ‘투 트랙’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사 문제에 갇혀 양국간 정상외교와 각료급 교류를 중단했던 지금까지의 외교전략에서 ‘만나서 과거사 문제를 압박하는’ ‘원 트랙’ 대일 기조로 전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윤 장관이 이번 방일 과정에서 아베 총리를 직접 면담하고, 기시다 외무상 등 일본 정부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접점을 마련할 경우,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급격한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위안부 문제야말로 양국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당국은 아직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기에 위안부 문제를 풀 결정적 열쇠가 마련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아베 정부 뿐 아니라 역대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다뤄온 과정을 봤을 때 한·일 간 협상은 앞으로도 상당한 고비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윤 장관 방일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해도 이미 한·일 정상회담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정부가 2년 반 가까이 고집해왔던 양국간 각료급 회담 ‘불가’ 입장을 철회한 만큼, 정상회담도 시간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한일 관계 개선 급물살 전망... 남은 문제들
입력 2015-06-17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