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여전히 위헌성을 안고 있는 법안을 박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비주류 측에선 메르스 사태도 진정되지 않았는데 집안싸움에 불을 붙인다며 청와대와 친박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17일 “위헌적인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14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모든 정권, 모든 국회에서 행정입법을 통제하기 위해 같은 내용이 거론됐으나 한결같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이 헌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동일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은 헌법 파괴”라며 “위헌요소가 있을 뿐 아니라 애매모호하고, 자구 수정에서 입법취지를 변경한다는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법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질 수 있느냐”고도 했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이와 관련한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청와대 비서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도저히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글자를 하나 고쳤을 뿐이니 어쩌니 하는 식으로 입법부를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 등의 위기 상황을 감안, 정치판을 깨지 말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법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87%(찬성)의 여야 합의에 의해서 통과된 법”인 데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까지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국민 여론이 악화된 메르스 정국에서 실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놓고 여권 내부서 의견 충돌
입력 2015-06-17 16:59 수정 2015-06-17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