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시에라리온 아동 노동·10대 임신율 증가에 악영향”

입력 2015-06-17 16:56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사태가 시에라리온의 아동 노동과 학대, 10대 임신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플랜 인터내셔널은 시에라리온 9개 지역에 거주하는 7~18세 아동 1193명을 대상으로 에볼라가 미친 영향을 조사한 ‘에볼라 피해 아동들의 일상으로의 회복에 관한 조사(Children’s Ebola Recovery Assessment)’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시에라리온 정부가 구상 중인 ‘에볼라 피해 대응 전략’에 아동들의 목소리와 건의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에볼라는 시에라리온 아동의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아동 대부분은 9개월간 학교가 폐쇄돼 에볼라 사태 이전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고 대답했다. 또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더 자주 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에볼라 사태는 10대 소녀의 임신율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조사 아동 중 10%는 10대 임신율이 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에볼라를 꼽았다. 에볼라로 가족과 친척을 잃어 생계가 막막해진 소녀들이 생필품을 얻기 위해 조혼과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볼라로 가족을 잃은 아동들이 겪은 심리적 충격도 상당했다. 조사 아동 대부분은 에볼라 감염에 대한 두려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가족과 친구의 사망 목격 등으로 인한 정서적 충격을 호소했다.

열악한 의료 시설도 이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부추겼다. 아동 대부분은 “에볼라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 두렵다”고 응답했다. 에볼라 창궐 이후 시에라리온은 대부분의 병원이 에볼라 치료에 동원돼 5세 미만 영·유아나 임산부가 제때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 참여 아동들은 ‘에볼라 종식을 위해 효과적인 수단을 도입할 것’ ‘아동의 교육 접근성을 높일 것’ ‘보건 시스템 강화 및 지역 의료시설·의료진 확충’ ‘아동 노동 및 착취 중단’을 시에라리온 정부에 요청했다.

조사를 진행한 단체들은 시에라리온 정부가 아동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작 오코 세이브더칠드런 시에라리온 사무소장은 “정부의 에볼라 복구 정책이 성공하려면 아이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슬리 스콧 시에라리온 월드비전 회장은 “아이들은 일상 회복을 위해 교육과 의료 서비스,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아이들의 의견을 들었으니 이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