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아니다 반박,끊임없는 표절 시비 왜

입력 2015-06-17 17:11
국민일보DB

한국문단이 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주인공이 문단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52)이라는 점에서, 또 대중매체를 통한 공개적인 문제제기여서 파장이 일고 있다.

◇신씨 “해당 작품 알지 못한다”=신씨는 17일 표절 의혹을 산 자신의 작품 ‘전설’(1996년 출간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수록)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를 통해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해당 작품 ‘우국’(미시마 유키오작)을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게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는 보도자료를 내고 ‘우국’(1936년 천황통치 쿠데타)과 ‘전설’(한국전쟁)은 시대적 배경 및 주제가 다르다면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이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표절한 것으로 지적된)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 소재인데다가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설가 이응준씨는 전날 한 온라인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표절 의혹을 내놨다. 그는 문제의 ‘우국’은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것으로,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표현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표절 예로 제시된 대목은 내용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창작성을 보호해야 할지 여부는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왜 끊이지 않나=문단에서 표절 시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신씨의 경우 이미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1999)와 단편 ‘딸기 밭’(2000, 소설집 ‘딸기밭’수록)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설’ 역시 이승하 시인이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카페에서 의혹을 제기했었다. 유수의 문학상을 받은 중견 소설가 P씨와 C씨 등의 소설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문학인이나 문학 팬들이 보는 문학잡지, 출판사 카페 등 ‘끼리끼리 통신’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는 일반 매체를 통해 작심하고 거론한 것이어서 당사자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론 심판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문단에서는 법적 잣대와 상관없이 “유사성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출판사 관계자는 “아주 조금씩 ‘인용’하는 방식은 늘 작가들이 빠져나가는 구멍이다. 그래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도 쉽사리 걸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야기 거리’ 자체가 생명인 문단에서는 소재와 에피소드 도용도 시비 거리다. ‘차용’을 특성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문학의 득세로 표절과 창작의 경계가 애매해진 점도 표절 논란을 양산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문학비평가 A씨는 “한국문학이 침체돼 있는 시점에서 문제가 터져 안타깝다”며 “그러나 표절 기준이 모호하고 베끼기 논란도 지속돼온 만큼 이제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