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가족이나 보호자가 환자를 직접 돌보는 한국적 간병·문병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한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데다 가족과 보호자의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감염 통제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미국 병원의 경우 한국 병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병실에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직계 가족이나 보호자 대신 병원 소속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또는 병원 및 요양원과 계약을 맺은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별로 간호법 및 간호인력에 대한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검증된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간병 회사에 대한 정부 당국의 승인 및 규제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병원에 인력을 파견할 경우 해당 병원의 자체 스크리닝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교수이자 미 감염병학회 회원인 아메쉬 아달자 박사는 철저히 훈련받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를 강조하면서 “가족들이 환자를 돌볼 경우 훈련받은 간호사들이 감염 예방조치를 하는 것과 똑같은 절차를 따를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병원들의 경우 병문안도 시간대별로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수시로 환자 접촉이 이뤄지는 한국과는 현격하게 다르다. 영국 역시 방문객이 환자를 면회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보호자가 병원에서 같이 지내면서 환자를 돌보기도 하지만 보호자가 병실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경우는 드물다.
방문객들은 병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거나 알코올 세정을 해야 한다. 병원이 방문객들에 대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환자의 감염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다. 일본도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입원 환자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지정된 시간 이외의 면회가 의료 행위를 방해하고 입원 중인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와의 이런 차이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를 넘어 의료보험제도와 병원수익모델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 차이에도 기인한다.
지난해 한국의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8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9.3인이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는 4.5인 반면 미국, 영국, 일본은 각각 0.71, 0.56, 2.0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선진국 간병 문화, 감염통제 철저
입력 2015-06-17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