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1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한국 3대 0 승)에서 보여줬던 정교한 플레이는 없었다. 미얀마전은 ‘슈틸리케호’에 밀집수비 해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3위인 미얀마는 한국(58위)에 맞서 예상대로 ‘선수비-후역습’ 카드를 들고 나왔다. ‘키맨’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해외파 주전들이 대거 빠진 한국은 경기를 매끄럽게 풀지 못했다. 측면 수비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김진수(호펜하임)가 전진 배치돼 몇 차례 크로스를 날렸지만 번번이 미얀마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한국이 밀집수비를 뚫지 못한 것은 볼을 갖고 있지 않은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은 탓이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17일 “전반에 원톱 이정협의 움직임이 아쉬웠다”며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수평적, 수직적 움직임을 적절히 분배해 가져가야 하는데 오프사이드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흥민(레버쿠젠), 염기훈(수원 삼성)의 경우는 볼을 안 갖고 있을 때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라인 사이의 공간에서 좀 더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에 나섰을 때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크로스를 예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침투해 좋은 위치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세트피스로 골문을 열 수 있었다. 전반 34분 이재성(전북)은 손흥민이 올려 준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1분 손흥민은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대표팀은 동남아 2연전 5골 중 3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세트피스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약한 팀들을 상대로 더 많은 필드골을 뽑아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같은 조에 속한 레바논, 쿠웨이트, 라오스도 미얀마와 유사한 플레이를 할 것이 뻔하다. 밀집수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미얀마전과 같은 경기 흐름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관심은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안컵에 쏠려 있다. 이 대회엔 참가국(남자부 한국·북한·중국·일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만 출전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를 발탁하는 등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릴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호’ 밀집수비 해법 찾아라
입력 2015-06-17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