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종북 좌빨' 등 혐오발언 처벌법 추진 -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입력 2015-06-17 13:59

새정치민주연합이 성별이나 종교,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혐오 발언’ 규제를 추진한다.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혐오발언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인터넷상에서 야당이 뿌리를 둔 지역을 헐뜯거나 진보진영 전체를 ‘종북 좌빨’로 비판하는 표현 등이 확산하는 것을 법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혐오 발언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사실을 담고 있는데다 여과 없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토론회 발제문에서 “혐오 발언은 대상자의 개인적 정체성과 집단적 정체성을 동시에 훼손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부정하는 등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고 사회적 정의를 현저한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면서 “특히 ‘종북’ 등 정치적 혐오 발언이 국가와 안보라는 명분으로 현 체제에 대한 어떤 도전도 불법화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예로 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의사소통 과정에 개입해 그들을 순치하고 세뇌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들의 발언과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 또는 새로운 통치술”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민본의 박지웅 변호사는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민주화운동이나 호남, 여성, 외국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외국 입법 사례를 보더라도 인종과 성별, 장애에 대한 혐오표현 처벌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오 발언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원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규제 범위를 정할 때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입법할 수밖에 없다”며 “인종이나 성별, 국적 등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변의 특징’에 의해 구별되는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혐오적 표현으로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도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정치성을 위해 사용되는 표현의 영역까지 처벌수위를 높인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 자유의 위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